]MBTI 수기[ 나 INTP와 ISFP 친구 관계

취미/MBTI

2020. 08. 17.

난 ISFP랑 잘 맞나봐?

나와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는 고등학교 친구가 있다. 인팁답게 그 친구가 먼저 달에 한 번씩 연락을 주는 것 같다. 그래도 가끔씩 발산적 사고를 하는 와중에, 그의 존재가 너무 감사하단 사실에 도달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이쪽에서 먼저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그는 ISFP(성인군자형)로서 따스함과 차분함을 베이스로 하고, 이따금 자신의 신념과 충돌되는 타인의 행동에 힘들어 하며 그런 감정을 내게 호소해 오는 친구이다.

|1| 내 ISFP 친구의 특징

  • 차분하다
  • 생각이 선량하고 도덕적이다
  • 밤에 대로변에 차가 없어도 빨간불에 건너지 않는다.
  •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또 그래도 괜찮다. 아무 계획없이 만나 충동적으로 뭘 하자고 하면 제안에 잘 따라 준다.
  • 훌렁 어디로 떠나고서 알려준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거나 평택에 내려가서 일을 시작했다거나, 지금 또 서울이라거나
  •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그들의 기분을 신경쓰는 것 같다
  • 자기를 호구로 보고, 괴롭히고, 이기적으로 구는 놈들 때문에 속상해 한다
  • 상대방의 말을 우선 들어준다. 지루한 표정을 보이거나 딴지부터 걸지 않는다. INTJ 친구들과 얘기할 때와 특히 대비되는 점이다.

|2| 대화의 티키타카

그를 만나면 기분이 편안하다. 그 역시 나랑 있는 게 편안하다고 해 준다. 무엇보다 우리는 대화의 티키타카를 끊임 없이 이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없는 케이스이다. 이런 경험은 인팁에게 정말 희소하면서도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마지막에 적어둔 그의 특징이 힘을 발휘하는 것 같은데, 나 인팁이 어떤 헛소리를 하여도 그는 우선 들어주고 거기에 대답을 돌려준다. 나의 입력에 반드시 리턴을 하기 때문에 난 존중받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의 대화 양상을 살펴본다면

내 입은 보통 사회 현상/인간군상에 대한 평가/계몽의 방향/미래에 이렇지 않을까 뜬구름 잡는 헛소리/그 양반의 행동 알고리즘 따위의 화제를 내놓는 반면에

잇프피 친구는 자신이 뭘 하면서 지내왔고/달성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며/누나가 이렇게 행동해서 힘들고/어떤 수준 떨어지는 놈이 용납할 수 없는 해를 끼쳐서 속상하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과거 그 친구가 나를 되돌아보게 한 말이 있다. 그는 자신이 힘들다는 사실을 내게 털어 놓아도 어떠한 위로를 받을 수 없었다고 전하였다. 내가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하게 군다는 걸 그도 느낀것이다. 이 일화 말고도 고등학교 시절, 내가 툭 하고 던진 말에 그가 상처를 받아 울먹인 적도 있었다. "😢왜 그렇게 차갑게 말해...? " 묻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신경 쓰지 않은 내 언행이 상당히 날카로워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나에게 담담히 그런 감상을 전해주는 친구는 인팁의 행동 검열에 주요한 지침을 주었다. 나는 그에게 많은 미안함을 느꼈고,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을 탐색하게 됐다. 현재는 그가 자신의 상황을 말해 줄 때면 난 눈을 최대한 똘망똘망 뜨고, 귀를 기울이고, 맞장구 쳐주고, 그 놈 자식을 욕하며 공감해 주려고 노력을 쏟고 있다. 그가 내게 해 준 것처럼 나도 그의 입력에 반응해 주면서 우리는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나간다.

|3| 상대를 분석하는 옳은 법

그와 대화를 주고 받으며 깨달은 바가 있다. 인팁의 "무엇이든 분석하려는 경향"을 잘 쓰는 법이다. 어느 순간 상대를 분석하고 있는 자신을 어쩌지는 못 해도, 우린 그 분석을 어떻게 결론 지어야 하는가 고찰해 보아야 한다.

흔히 봤을 짤

인팁들의 분석은 단순하게 대상을 묘사할 뿐인데도, 이상한 효과를 낳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을 거다. 그게 다른 이에겐 뼈 아픈 팩폭과 상처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학업을 소홀하게 다루던 또 다른 ISFP에게 "너는 왜 그렇게 살아?"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근데 그것을 "왜 그따구로 사는 거냐"고 받아들인 듯 상처 받은 티를 내었다. 나는 내 말이 리터럴하게만 받아들여지길 원한다만, 다른 이들은 그곳에서 저의를 찾으려는 것 같다. 물론 저렇게 직접적인 단어 선택은 줄이게 되었다. 내 말을 정제하여 친절하고 ㅎㅎ 가득한 말투로 넌지시 그런 말을 꺼내곤 한다, 또 이것은 의식적이기 보단 무의식적이다.

이럴 때, 상대를 분석한 말을 입 밖에 아예 내지 맙시다 같은 건 소용이 없는 것이라 결론 내렸다. 내 솔직한 감상을 숨겨야 하는 관계라면 그건 이미 멈춘 관계다. 인팁은 그런 상대에겐 항상 페르소나를 끼워 대하는 중일 것이다. 난 그런 거리감을 좋아하지만 내 영역에 들어온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관계가 계속되어야 한다면 내 생각은 의식의 흐름을 타고 반드시 튀어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분석의 결론을 달리 지어두는 게 중요하다.

그리하여 상대를 분석할 때 어떠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려야 할까? 그건, 상대방이 내게 보여준 어떤 노력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너는 나의 한 주가 어땠는지 항상 물어봐 주네" 처럼. 그리고 그게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고, 거기에 감사함을 느낀다는 점이다.

얼마 전 내 친구 ISFP와 만난 이후 침대에 누워 그 날의 일들을 회상해 보았다. 놀랍게도 나는 우리의 말이 왔다갔다 치고받을 때마다 코 끝이 찡해지던 느낌을 떠올렸다. 치유의 느낌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편안하게 끊임없이 얘길 주고 받았을까? 그러다가 ISFP의 특징을 뒤져 보면서 하나의 답에 닿았다. 걔는 나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여 줬구나.

나는 폰을 꺼내, 감사하다는 단어는 없지만 감사를 표하려는 메시지를 친구에게 전송했다.

잇프피는 나와 잘 맞는다. 내가 만난 잇프피들은 항상 편안하고 부드러운 강아지 같았다. 인팁의 정신 너갱이 빠진 소리도 군말 없이 듣고보는 ISFP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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